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 주지 후보 선거가 있던 지난 20일 스님들이 투숙했던 수원 시내 한 호텔 8층 객실에서 빈술병과 먹다 남은 족발, 치킨, 담배꽁초가 쓰레기 봉투에 가득 담겨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지역 신문인 경인일보에 대서특필됐다. 재작년 전남 백양사 도박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충격을 던져준 것이다. 문제는 이 사건을 접한 총무원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스님도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고 전체가 아니라 일부에 국한된 것으로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식으로 답변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공감할 수 있는 답변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중 스님들이 한 곳에 모이면 이런 사단이 꼭 부수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조계종의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가 절실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망신을 사고 있는 일이 비단 이번 용주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해 마곡사 주지 선거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시 후보 스님은 모두 검찰에 입건돼 있다. 더욱이 선거 후유증으로 인해 본사의 대중살림에 일부 말사의 비협조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사정은 지난 동화사 주지 선거 때도 다르지 않다. 종정스님까지 위신을 떨어뜨려야 했던 주지 선출 문제는 이대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 뜻있는 종도들의 의견이다. 선거제도에 대한 공청회는 형식적으로 그쳐선 곤란하다. 특히 본사 주지선거에 있어선 과감한 혁신안이 나와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산중총회가 마치 금품향응의 공간이 되고 기회가 되는 일은 더 이상 반복돼선 안된다.

따라서 조계종의 정통과 율장정신에 부합하는 사판을 가려내는 선거제도의 전폭적인 재검토를 촉구한다. 현행 직접선거 방식은 현실적인 시스템과 인식으로 감당해 내기엔 그 폐단이 작지 않다. 전향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불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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