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이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을 내세워 주요 법인에 대한 내부 분란을 획책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법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 속내는 편을 가르고 분란을 조장하는 유치함이 숨어있다. 일례로 총무원은 최근 총무부장 명의로 전국 선학원 분원에 공문을 발송하고 선학원 이사회와 분원장 간의 갈등과 대립을 유도하고 있다. 총무원 총무부는 공문에서 “선학원 이사회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는 분원장 스님들이 계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비밀을 보장하여 지원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 이러한 사고와 의식수준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총무원과 중앙교역직 종무원으로 앉아 있는 게 조계종의 현주소다.

총무원이 주장하는 대로 선학원 이사회가 분원장 임명을 전횡하고 창건주 권한을 맘대로 박탈하며 분담금을 임의대로 올리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면 가만히 앉아서 당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총무원에서 ‘비밀보장 운운’하지 않더라도 이미 달려가 선학원 임원진의 횡포를 고소하고 대외적으로도 문제를 제기했을 터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종단과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이사회는 분원장들의 공동의 적이 되고 공격을 받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총무원은 그러니 아직도 민의를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들이 만든 법을 따르지 않는다고 “법인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런 억지는 이제 그만 하는 게 좋다. 수십년간 이 문제로 종단과 수없이 대화했고 의견을 나눴다. 법인법을 너무 잘 알고 있으므로 거기에 따르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대각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총무원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고려하지 않는다. 법을 따르지 않으면 박살을 내겠다는 심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강압은 실무자인 재가 종무원에게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13일 오전 총무원은 재가종무원 신분에 있는 실무책임자가 교계 기자들을 불러 법인법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고 한다. 선학원 측에서 만들어 배포한 ‘법인관리법’의 문제점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들이었다. 이 실무책임자는 그것이 자기들 위주의 입장에서 해석되고 있는 내용이라는 것은 무시하고 있다. 이날 실무책임자는 대각회가 분원장 중진스님 비상회의에 앞서 돌린 법인관리법 찬반 의견서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나섰다고 한다. 즉 대각회는 법인법을 찬성했을 경우와 반대했을 경우를 나눠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 설명이 모두 잘못된 것 마냥 총무원 측 입장만 설명하더라는 게 현장기자들의 진언이다. 더욱이 그는 정제되지 않는 언어와 공격적 언사, 비하와 왜곡된 표현 등으로 선학원과 대각회를 공격했다. 이러한 그의 이날 기자간담회를 총무원 국장 또는 부장스님 어느 누구도 막지 않았다. 총무원이 배포한 기자간담회 자료집에는 총무원의 수준을 의심스럽게 하는 저질스런 문구와 표현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하니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대각회 이사장 도업스님은 11일 분원장을 상대로 한 의견을 묻는 자리를 마치고 기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한 때 감정에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도업스님의 눈가엔 눈물이 고였다. 평생을 동국대 교수와 불교대학장 등 학자로서, 또 조계종 승려로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온 노 비수가 젊은 기자들 앞에서 왜 눈물을 보였는지 총무원은 똑바로 알아야 할 것이다. 이 노 비구의 눈물이 진정 무엇을 뜻하지는 헤아리지 않고 실무만을 책임져야 할 한 재가종무원이 재단법인의 수장을 향해 정제되지 않은 언사로 꾸짖고 나서고 있으니 어찌 조계종을 제대로 된 종단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상식을 원칙으로 상대하길 바라며 현재 취하고 있는 선학원과 대각회의 분란책을 당장 거둬들이길 촉구한다.

-불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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