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월호 참사 사건은 우리에게 대단히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지금도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 충격이 남긴 큰 수렁 같은 게 남아있다. 전문 인력들이 현장에서 사고 수습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아직 수색작업은 마무리 되지 않았다. 바다 물살도 세고 그 속이 어두워 일이 쉽지 않아서일 게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로 자식을 잃게 된 가족들이 겪게 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크게 우려된다. 알다시피 이 병은 갑작스럽게, 예기치 못한 큰 충격을 받았을 때 그 상실감에 따른 정신적 동요로 생기게 된다. 큰 충격을 받으면 먼저 심한 불안과 함께 격렬한 애도 반응이 따른다. 심한 감정의 기복, 우울, 충격적인 경험이 반복적으로 마음속에서 재연되기에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악몽, 죄책감, 신경과민, 분노 같은 증상들이 따른다. 이 병은 상실충격을 받은 가족 전체가 앓기 시작도 하나 부모들이 특히 심하게 겪는다. 회복기간이 짧게는 6개월 정도. 적정 치유를 받지 못하면 그 후유증이 평생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정부에서 이런 치유에 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좀 다행이다. 불교계에서 희생자를 위한 천도제와 위령제를 지냈다는 보도를 봤는데, 남은 가족들에게 다소 영적인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간 언론 매체를 통해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분석을 내놓은 바 있었다. 대략 관련된 인사들의 직업윤리 실종과 안정 불감증 그리고 곳곳에 바이러스처럼 번져있는 뇌물 만연의 풍토다. 이 사고 책임자의 맨 위엔 이미 고인이 된 유병언 목사가 있었다.

알다시피 유목사가 이끌고 있는 종교단체는 기독교 침례 구원파다. 그간 방송을 통해 그의 행적에 대한 측근인사의 증언이 잇따랐다. 그가 신도들로부터 금전을 끌어 모은 방식이나 연설 내용의 실상을 보고 모두 적잖은 실망을 느꼈을 것이다. 금전과 신앙의 밀접한 함수관계에 대해 말이다.(‘유물론적 종교관’이 요즘시대에는 그리 낯설지가 않아 보인다.)

마르크스는 일찍이 종교는 아편과 같다고 했다. 마르크스 역시 당시 사회상에서 종교라는 간판을 내걸고 ‘종교 장사’를 하는 영악한 종교인들을 목도하고, 종교에 집착하는 신도들의 ‘광기’를 읽어서 였을 것이다. 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 역시 내세를 ‘신봉’하는 종교/신앙의 병리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트 같은 사람들이 말한 핵심 사항은 종교/신앙의 사회적 병리, 잘못된 신앙의 심리적/경제적 병폐, 당시 종교계에서 신자들로 하여금 위선적으로 ‘신을 우상화’시키고 있었음을 지적하려는데 있었을 것이다. 한 마디로 그런 종교는 인간에게, 구원을 미끼로 ‘행위 중독’을 야기 시켰던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행위 중독이란 도박 중독이나 애정/성 중독과 같은 것으로, 종교 ‘행위에 대한 중독’을 뜻한다. 살펴보면 개인은 어떤 특정 종교의 ‘권위’에 희생양이 되었을 뿐이다. 물론 개인은 여기서 어떤 심리적, 영적 보상을 얻게 될 거란 확신도 있었을 터. 하지만 이는 정교하게 고안된 영적 환상(illusion)에 속아 넘어간 현상인 것이다.

대명천지의 세상이고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 사회다. 하지만 아직도 예전처럼 ‘미개발된 의식’ 속에 사는 멀쩡한 현대인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종교인들의 태도 역시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구태의연하게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도자들끼리 반목하며 이전투구를 하는 일, 영역다툼을 일삼는 일, 이런 저런 권력에 빌붙어 영화와 권세를 누리려는 일, 현재가 아닌 미래의 구원을 담보하여 금전을 배팅하게 하는 일. 이런 일이 아직도 비일비재한 사회다.

왜 종교는 이처럼 작금의 이르러도 진화를 하지 못하는가. 사람들의 의식 저변에 깔린, 죽음/내세에 대한 두려움을 종교가 이용한다는 측면도 있어서일 것이다. 믿음을 통해 복을 바라는 염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중생의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신자들에게 마술적 기대를 가게끔 ‘신성한 종교’를 내세울 것 같으면, 재물을 ‘착취’하는 일이 손쉽다. 하나 이는 분명 영악한 마귀들이나 하는 짓이다. 이 시대 종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세월호 사건이었다.

신승철/시인, 큰사랑노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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