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미로운 논문 한 편을 접했다. 불교교단사연구소가 도서출판 혜민기획에서 펴낸 《승가화합과 조계종의 미래》라는 책에 나오는 이자랑 박사의 <율장에 나타난 ‘부동주(不同住)’에 관하여> 제목의 논문이다. 이 논문은 현하 조계종단과 선학원 간 첨예하게 대립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부처님 재세 당시 부처님이 쟁사(諍事)를 어떻게 풀었는지 보여주는 것이어서 특별히 눈길을 끌었다.

먼저 코삼비 건도에 전해지는 일화를 통해 부동주의 의미를 살펴보면 이렇다.

어떤 비구의 행동을 둘러싸고 다른 비구들이 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자신이 죄를 지었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른 비구들은 그가 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거죄(擧罪)갈마를 행한다. 지법자(持法者)이고 지율자(持律者)이며 현자였던 이 비구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비구들에게 자신의 무죄를 호소하며 동조자를 모았다. 그리하여 거죄를 행한 비구들과 피거(被擧)비구를 지지하는 비구들 사이에서 분열이 일어났다. 결국 거죄를 당한 비구들은 계(界)안에서 포살이나 갈마를 실행하였으며, 거죄를 행한 비구들은 계밖으로 나가서 포살 등을 행하였다. 이 사건을 전해들은 붓다는, 만약 그들이 각각 자신(붓다)이 제정한 白(ñatti)이나 唱說(anussãvana)에 의해서 포살이나 승갈마를 행한다면, 그것은 여법한 행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서 “이 비구들은 너희들과 부동주이며, 너희들은 그(비구)들과 부동주이기 때문이다”라는 점을 지적한다. <승가화합과 조계종의 미래, ‘율장에 나타난 부동주에 관하여’ 이자랑, pp286~287 인용>

이 기술에 따르면 승가에 쟁사가 발생하여 화합하지 못하고 분열했을 경우 그들은 서로 부동주가 된다. 그러므로 따로 포살과 갈마 등을 행하여도 그 의식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종단은 50~60년대 조계종을 탄생시킨 선학원의 정화이념과 역사까지도 거꾸로 해석하며 종단이 선학원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근거도 없는 억지주장과 궤변으로 선학원을 공격하면서 탈종하려 한다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이러한 때 부처님이 부동주를 설하신 뜻을 사부대중은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법진스님/본지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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