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간화선과 화두공부에 대해 기존의 피상적인 화두타파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으로 화두의 본질과 공부를 지어 나가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 나왔다. 《화두의 융합과 초점》의 저자 이수경씨가 펴낸 《화두공부의 문을 열다》가 그것이다.

한국불교는 고려 때부터 간화선을 주요 수행법으로 받아들여 지금까지 수행의 주요 전통으로 삼아 왔다. 특히 조계종은 간화선을 최상승의 수행법으로 널리 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간화선 중심의 수행 전통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 책이 바로 고려 보조국사의 제자인 진각 혜심선사가 지은 《선문염송》이다. 이 책은 옛 선사들의 화두와 깨달음의 글, 법거량, 일화 등을 모아놓은 선의 보물 창고로 한국 간화선의 자존심이 담긴 책이라 여겨진다.

기존 화두공부의 문제점은 어디에 있는가? 이에 대해 저자는 크게 다음 두 가지를 들고 있다. 먼저 수행자 자신의 근기와는 상관없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화두들, 예컨대 ‘무자’화두나 ‘뜰 앞의 잣나무’, ‘마삼근’ 등의 화두를 틀이 박힌 듯이 무작정 참구하다가 아무런 소득도 없이 스스로 지칠 대로 지쳐버린 수행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선가에서는 화두를 들 때 대의단, 즉 크게 의심을 내서 끝내는 그 화두를 타파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화두타파라는 용어 자체는 화두를 쳐서 깨뜨린다는 의도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발상은 수많은 학인들을 잘못 이끌어 화두 미해결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다. 따라서 화두타파란 말은 근본적으로 화두, 즉 공안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빚어진 엄청난 오해의 소산이며,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간화선 수행을 한 지 40년이 넘은 재가 수행자가 <선문염송>에서 53가지의 이야기를 가려 뽑아, 기존의 화두공부에 대한 심각한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수행에 있어서 화두의 참된 의미와 화두공부를 하는 올바른 방법을 자신의 살아 있는 체험과 풍부한 식견을 바탕으로 해 냉철하고도 엄밀하게 설명한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공안이 53개인 것은, <선문염송>의 수많은 일화들 중에서도 독특하고 뛰어나서, 수행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백미들로 구성했으며, 이것으로도 화두공부하는데는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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