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홀로 떠난 네팔여행
  인생 전환점 계기로 작용

▲ 대형 걸개 그림은 손님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김동범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 앞에서 김동범 작가가 함께 했다.

카투니스트 김동범 작가(37)를 만난 건 지난 7월22일 명동 재미로의 워커바웃 카페에서였다. 김 작가는 거기서 27일까지 자신의 작품과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카페 전시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데요. 마침 제18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sicaf에서 기획이 들어왔어요. 이때다 싶어서 도전했습니다.”

이번 전시가 김 작가에게는 첫 카페 전시다. 전시 첫날 만난 작가는 “아직 카페 전시의 묘미를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전시관과 달리 카페는 전시 포인트도 다르고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서 재미가 있다”며 화사하게 웃었다.

여행 카페에서 만나는 여행 카툰.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이자 전부이다. 카페 주인과 협의 하에 1층엔 스크린 영상도 보여주고, 계단이며 방마다 나름의 테마를 잡았다.

“카페전시가 내 취지와 잘 맞아요. 여기가 여행카페여서 더 잘 어울리고, 손님들도 그림을 편하게 보고 있어요. 작은 그림에 대한 집중도도 있고요. 다만 전시를 하면서 생각했던 포인트와 보는 이들의 관점이 달라서 제가 메인이라고 생각했던 배치보다는 의외의 작품이 더 집중을 받더군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손님이 있는 곳에는 다들 잘 안 가신다는 거예요.”

▲ 기도하는 스님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든 김동범 작가는 직접 찍은 네팔 사진들 앞에서 수줍은 포즈를 취한다.

메인 전시는 2층 큰 방이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걸개그림은 김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전시 작품의 반은 7년 전 네팔여행을 다녀와서 그린 작품으로 2010년 출간한 책 《가끔은 길을 잃어도 괜찮아》에 실린 작품이다. 나머지 반은 그 이후에 그린 신작들이다. 작품만 80점이 걸렸다. 2층 구조의 작은 카페는 온통 김 작가가 담아낸 사람의 향기가 그윽하다.

“일반 전시장이었다면 이렇게 많은 작품을 걸 필요가 없는데 카페는 다르더군요. 생각보다 작품을 걸 수 있는 공간이 많았어요. 다음에도 카페전시를 기획해보려고 합니다.”

7년 전. 서른에 떠난 네팔여행은 김 작가의 삶에 터닝포인트가 된 여행이었다. 여행과 카툰을 접목시킬 생각을 한 것도 네팔여행이 계기였다. 네팔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들은 김 작가를 사로잡았다. 사진이 아닌 감성을 전하고 싶었고 펜을 들었다.

▲ 네팔 여행을 다니며 드로잉했던 흔적들.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고 자료를 모으고 다양하게 그림을 작업하다보니,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자는 제안이 왔다. 그렇게 《가끔은 길을 잃어도 괜찮아》가 탄생했다.

네팔 여행은 김 작가 인생의 화두를 바꿔버렸다. 그때까지는 성공이 전부였다. 성공해서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고 싶었던 김 작가에게 네팔에서 만난 모든 것들은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인생관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가진 것의 크기가 적어도 행복하게 사는 네팔인들의 모습에서 김 작가는 그동안 추구해온 성공이라는 행복이 정답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덕분에 요즘은 매해마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을 해댄다.

“1년에 한 번은 여행을 가서 개인 추억을 쌓고 소재축적도 해요. 제 삶에서 돈이 주는 무게도 가벼워졌죠.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나의 행복을 위해 투자하자.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런 인생관을 가지게 된 건 모두 서른 나이에 떠난 네팔 여행의 선물이었다.

그때부터 그림과 인생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현재에 충실한 삶으로 바뀐 것이다.

거기에 또 한 번의 계기가 생겼다. 바로 만만한 뉴스다. 불교미술 하면 탱화와 단청이 전부였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만만한 뉴스와의 만남은 불교미술이 얼마나 다양한지 각성시키는 계기가 됐다. 장르도 다양했고 기법도 많았다. 할머니가 불자여서 불교적인 것에 친숙했지만 교리를 공부하거나 꾸준히 절에 다녔던 것은 아니었던 김 작가는 “네 그림은 불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지찬스님의 말 한마디에 불교 만화를 시작하게 됐다.

▲ 김동범 작가의 캘리그래피 작품들.

‘삶’ ‘인생’ ‘행복’이 화두이자 곧 자신의 그림이라는 김 작가.

“만화의 방식으로 불교를 표현하고 싶고, 일러스트나 예술로도 불교를 접목시킨 미술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불교미술의 기법도 배워가며 작품세계에 반영하고 싶습니다.”

김동범 작가가 요즘 만만한 뉴스에서 연재하는 ‘오리무중’은 오리달마가 나와서 ‘길 위의 깨달음’을 전한다. 만만한 뉴스팀과 함께 한 템플스테이 역시 무한한 고요와 평화를 선물했다. 때문에 김 작가는 종교를 초월해 한 번쯤은 템플스테이를 경험해보라고 주변에 조언을 시작했다.

조금씩 불교에 물들어 가는 김작가의 ‘오리무중’ 작업은 가슴 설레는 도전이자 불심을 쌓아가는 지름길이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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