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경 제18 현병품(現病品)부터 고귀덕왕품22까지는 열반행을 나타내 보이는 품이다. 열반행이란 열반경의 대표적인 법문으로, 병행(病行)・성행(聖行)・범행(梵行)・천행(天行)・영아행(嬰兒行)의 오행(五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품은 그 첫째로 여래는 병이 없으나 방편으로 응현하여 병이 있음을 드러내 보이므로 현병품이라 한다. 곧 부처님이 병에 걸려 앓게 된 것은 단지 방편일 뿐이라는 것을 말한다. 앞의 장수품(長壽品)에서는 여래의 입멸이 중생을 위하여 시현(示現)한 것임을 설하였고, 이 품에서 여래의 병 또한 시현임을 밝히고 있다.

󰊱 먼저 여래가 병이 있게 된 뜻을 일곱 가지로 밝힌다. 첫째 여래가 병이 있음을 보이는 것은 인과에 응하지 않는 병이라는 것이다. 여래는 모든 병환을 면하였기 때문에 고통과 걱정이 소멸하여 두려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오늘 내가 등이 아프니 너희들은 대중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라”고 하시기 때문이다. 중생들은 탐욕 성냄 어리석은 교만함의 네 가지가 있어서 병의 원인이 되지만 여래는 이러한 원인을 멸해버렸는데도 병을 나타보이는 것이다. 둘째 여래는 병이 없는 무병(無病)의 행을 닦으셨음에도 불구하고 병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무병의 행이란 여래는 과거 무량한 만억겁 전에 보살행을 닦으면서 모든 중생을 가엾게 여기므로 무량한 사랑하는 말로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괴롭히지 않았으며, 병자에게는 무량한 의약을 베풀어 보시하였다는 것이다. 셋째, 병든 모습이 있을 수 없지만 그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병이 있으면 앉았거나 누워서 음식을 구하는데 여래는 선정 해탈 삼매와 부지런히 정진하는 등으로 병든 모습이 없어야 함에도 오른쪽 옆구리로 누워계시는 것인가 이다. 넷째 여래는 중생들이 병이 없게 되기를 발원하는데 여기에 응하지 않고 병을 보이신다는 것이다. 여래가 보살행을 닦을 때 수많은 병자들에게 의약을 보시하며 염원하기를 “중생들로 하여금 번뇌의 장애와 업의 장애와 과보의 장애로 생기는 중병을 영원히 끊게 하여지어다”라고 발원하고 일체를 아는 지혜로 회향하며 중생들의 장애를 제거한다.

이와같이 보살행에서 한량없는 나유타겁 전에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서지 않고 위없는 부처님 약을 성취하고 중생들이 여래의 지혜인 약의 비밀법장에 들기를 바랐는데 여래께서 이제 병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여기서 번뇌의 장애란 탐욕 성냄 어리석음 분노 얽매는 번뇌 덮는 번뇌 질투 인색 감탐 아첨 등으로, 나쁜 욕망을 구하고 나쁜 탐욕을 구하여 만족함이 없고 나쁜 소견을 내어 눈과 귀 등을 가리는 것을 말한다. 또 업의 장애란 다섯 가지 무간지옥에 떨어질 나쁜 죄업이다. 과보의 장애란 지옥 아귀 축생에 태어나서 바른 법을 비방하는 것과 일천제 등의 보 받음을 말한다.

다섯째 부처님이 병이 났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은 여래가 멸하고 아주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는데 응하지 않고 병을 보이신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병자들이 앉고 일어나 오가지 못하며 음식도 먹지 못하고 말을 못하면 이 사람은 반드시 죽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세존께서 오른쪽 옆구리로 누우시고 진실을 말씀하지 않으면 염부제 중생들은 여래께서 열반에 들려하시니 아주 없어져 멸진(滅盡)한다고 생각하니, 여래의 성품은 끝내 열반에 들지 않고 항상 머물러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여섯째, 여래가 병이 났다고 말하여 외도들이 비방함에도 응하지 않고 병을 보이신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몸이 수척하여 기대거나 옆으로 누우면 천대하여 병자는 곧 죽으리라고 하듯이, 여래도 지금같이 누우면 95종 외도들이 경멸하여 여래가 무상하다고 비방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외도들이 말하기를, “우리는 신아(神我)의 성품이 항상하고 자재하여 변역함이 없어서 우리들만 같지 못하다”고 비방하는데에도 응하지 않고, 여래는 중생을 위하여 병이 났다고 하시는 것이다. 일곱째, 여래는 사대가 조화되지 않음이 없고 기력이 구족하여 수척하는 일이 없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고 병이 난 모습을 보이신다는 것이다. 세상의 병자들은 사대(四大)가 늘거나 줄어서 조화롭지 못하여 극도로 수척하고 마음대로 앉거나 눕지 못하지만, 여래는 사대가 조화되지 않음이 없고 기력이 구족하여 수척하지 않지만 중생을 위하여 방편으로 병이 났다고 말씀하는 것이다.

󰊲 다음으로 열반경에서는 여래가 병이 없는 모습(無病)을 보여 중생을 이익되게 한다는 것이다. 중생을 위하여 병상을 보여 무상한 현상 속의 여래실상을 깨우치고, 영원한 부처의 모습을 염원하는 중생을 위하여 광명의 부처, 연화대의 부처, 화불의 부처를 보여 중생들을 깨우친다.

먼저 여래는 32상호 80종호의 위의를 갖추어 광명을 내어 시방세계를 비추니 고통받는 악도의 중생들로 하여금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광명 속에서 중생들에게 여래의 비밀법장을 설한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으로 악도의 중생들은 인간과 천상에 태어나게 하고, 광명속의 설법으로 중생들마다 불성이 있다고 설하여 백천억 나유타 중생들이 퇴전하지 않는 보리심에 머물게 하였다.

또한 연화대에 부처의 모습을 보이니, 광명 속에서 보인 부처가 연꽃마다 미묘한 32상 80종호를 갖추고 화현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지옥 축생 아귀의 세계를 보이고 육욕천을 보여 중생을 이익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 화불이 무량한 법을 설하므로 중생을 이익되게 한다. 오온 육입처 십팔계의 허물을 설하고 제법의 인연을 설하며, 이인연으로 업과 번뇌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괴롭고 즐거움 항상함과 무상함, 청정과 부정함이 이루어지며, 일승을 따르고 삼승으로 도를 이룬다는 갖가지 법을 밝히게 된다. 이로 인하여 세계의 중생들이 신심과 자비심을 내고 나쁜 법을 행하는 이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여래가 병의 모습을 보인 것은 중생을 위한 부처님의 교화방편이라는 것이다. 경에서는 “가섭이여 여래는 실로 병이 없으니 부처님은 오래전부터 온갖 병을 여읜 까닭이니라. 가섭이여 중생들이 대승 방등의 비밀한 교법을 알지 못하는 고로 여래에게 참으로 병이 있다고 설하느니라.” 라고 병을 보이신 뜻을 밝히고 있다.

-이기운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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