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마포구 성산동이라는 곳을 처음 오게 되었다. 당시 강원도 오대산에서 산나물 농사를 지으며 주말부부를 했던 터라 아내의 새로운 직장이 궁금하기도 했다. 아내의 말로는 산도 있고 사찰도 있어서 주변 환경이 좋다고 자랑을 하였다. 종종 아내를 만나러 성산동에 오면 성미산을 걷곤 했다. 나는 자연스레 도심의 작은 산에 익숙해져 갔다. 이곳 성미산자락에 정착하게 된 때는 2012년 봄날이었다. 서예작품 활동을 하면서 한문학 연구를 하던 나에게 아내가 예절교육 강의를 부탁해고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수개월 동안 진행하였다. 한문기초강좌와 자연생태인문학을 강의하였는데 치산치수(治山治水)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고 싶었던 나는 높이 66m의 작은 뒷동산인 성미산을 통해 건강한 산이 되어 가는 과정이 사람이 참된 성품을 갖추어 가는 과정과 같다고 강의를 시작하였다. 강의를 하면서 그와 관련한 과정과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원문】순도가 고구려에 불교를 전함(도공道公의 다음에 역시 법심法深․의연義淵․담엄曇嚴의 무리가 있어서 서로 계승하여 불교를 일으켰다. 그러나 고전에는 문헌이 없으니 여기서도 역시 조목으로 목차에 넣을 수 없다. 자세한 것은 승전에 실려 있다.) 제목이 《삼국유사》라고 해도 실제로는 《신라유사》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2책으로 분철되어
재단법인 선학원의 역사는 일제의 한반도 침략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사판계 중심의 친일불교계에 맞서 이판계의 수도도량으로 창건된 곳이 선학원이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는 불교의 시각에서 보면 핍박과 침탈의 역사였다. 개국 이후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하는 정책이 이어지면서 승려는 온갖 잡역에 시달려야 했고, 양반과 관아의 벼슬아치로부터 갖은 멸시와 수탈을 당했다. 일본불교는 고종 13년(1876) 강화도 조약이 강제 체결된 이후 조선으로 밀려들어왔다. 체결 이듬해 9월 28일 정토진종 대곡파 동본원사가 승려 오쿠무라 엔신(奧村圓心)을 조선에 파견한 것이 시초다. 일본불교의 조선 진출은 일제의 대외 침략정책의 일환이었다. 메이지유신 주역 중 한 명이었던 에도 신페이(江藤新平)는 불교를 대외 침략 정책에 활용하자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일본불교가 정부의 대외 침략정책에 적극 호응했던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 천황을 살아있는 신으로 여기는 신도(神道)가 중시되면서 ‘폐불훼석(廢佛毁釋)’의 법난을 당한 탓이다. 일본불교계는 정권과 타협해 국수주의적 색채를 강화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대외 침략의 선봉에 선 종교는 침략국에 대한 피해국 국민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봄이 더디 온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느새 코앞까지 봄이 와버리더니, 봄을 채 느끼기도 전에 여름이 오는 것 같다. 사계절 중 봄과 가을이 아주 짧아진 느낌이다. 그래도 5월은 부처님오신날이 있는, 불자들에게는 축제인 달이며 아직은 봄나물을 맛볼 수 있는 시기이다. 겨울에는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열량이 많은 음식을 먹게 된다. 요즘은 고열량 식품이 많아 계절이 바뀌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봄에 신진대사가 원만해지려면 절대량의 비타민과 칼슘, 철분 등 필수영양소가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찾기 마련이다. 겨우내 추위로 웅크려졌던 몸에 활력을 주려면 간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많이 섭취하고 신장의 독소를 배출시키는 식품을 먹어서 춘곤증으로 무력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음식은 무엇일까?
날씨도 화창하고 산과 들도 녹음이 짙어지는, 여행 가기 좋은 계절이다. 이런 계절에 가장 야속한 병의 하나가 퇴행성 관절염이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노인성 관절 이상 증세로 흔히 무릎에 잘 나타난다. 무릎은 몸의 무게를 다 지탱해야 하기도 하고 사람이 걸어 다니는 한 늘 무리가 갈 수 있는 부분이다. 흔히 양의학에서는 체중을 줄여야 무릎이 아프지 않다며 다이어트를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한다. 몸무게가 줄면 당연히 무릎에 가는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몸무게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환자 스스로 예방하는 방법 치고는 매우 어려운 편이다. 주변을 보면 말랐어도 무릎이 아픈 사람이 있고, 살이 쪘는데 무릎이 튼튼한 사람도 있다. 즉 몸무게와 관련은 있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말이다. 몸무게는 하루아침에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늘기 때문에 몸무게가 늘 때 무릎은 더 튼튼해지려고 주변의 인대나 근육을 강화시킨다. 무릎은 기계 부속품이 아니라 살아있는 조직의 일부이고 늘 최적의 조건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자연 관절이다.
길은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문명과 문명을 잇는 통로입니다. 길을 따라 사람이 오갔으며, 문화가 전해지며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실크로드는 중국의 문물이 유럽까지 전해진 통로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유럽과 인도, 중앙아시아의 문명이 동아시아로 전래된 길이었습니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길은 구법과 정진의 상징입니다. 선재 동자는 법계에 들려고 53선지식
인생을 살면서 겪는 고통 중 가족의 죽음이나 본인의 질병 등의 본질적인 고통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인간관계가 문제가 되는 경우일 것이다. 그 문제 되는 인간관계를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서로 달라서 벌어지는 일이 대부분이다. 가치관이 달라서이기도 하지만 출생지역이나 풍습 등 태어나면서부터 멍에처럼 갖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보통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 시작지점인 마큐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4륜 구동 SUV에는 우리가 고용한 포터가 탔고, 인도를 여행하다 왔다는 A가 함께 탔습니다. 30대 초반쯤 보이는 A는 포터 없이 20 킬로그램이나 되는 배낭을 혼자서 지고 산을 오르겠다고 했습니다. 그의 선택이 다소 무모하게 생각됐습니다. 차가 한참 달려 나야풀에 도착했습니다.
기미년 3. 1독립운동에 있어서 독립선언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며, 3·1운동의 정신은 ‘독립선언서’의 말미에 나오는 ‘공약삼장(公約三章)’으로 압축된다고 말할 수 있다. 공약삼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 김상현 교수는 “선언서가 눈이라면 짤막한 이 공약삼장은 눈동자다”라며 &l
616. 중생이 옛날에 많은 죄업을 널리 짓고, 몸과 입과 마음으로 모든 나쁜 행을 일으켰기 때문에 마지막에 몸이 늙어 목숨을 마치면, 지옥 같은 악취에 떨어지고, 지옥의 과보가 끝나도 나머지 업이 없어지지 않아서 대해(大海) 가운데에 떨어져서 축생의 과보를 받게 된다. - 《시설론(施設論)》 617. 사람이 과일나무를 심을 때 씨앗이 쓰면 열매도 또한 쓰
1. 종교수행인 만해 만해는 자신이 불교를 믿는 세 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 불교는 그 신앙이 자신적(自身的)이어서 오직 자신의 마음, 즉 자아를 통해서만 불(佛)을 성(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소위 자아라 함은 자기의 주위에 있는 사람이나 물(物)을 떠나서 하는 말이 아니ᄃᆞ. 사람과 물을 통한 ‘자아&r
일부 폭력적인 청소년 때문에 청소년보호법을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꽤 높게 형성된 적이 있다. 하지만 성년이 되지 않아 미성숙하다는 의미의 ‘미성년자’에게, 선거권은 주지 않으면서 범죄에 대한 단죄는 어른처럼 하자는 여론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아닐 경우 용서보다는 재빠른 단죄로
우리 중생에겐 다 불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중생의 육안으로는 불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초기경전에서는 부지런히 정진하라고 한다. 마치 나무가 겉으로는 모르지만, 서로 비비면 거기서 불이 일어나듯이, 우리도 부지런히 정진하면 선정과 지혜가 나와서 불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열반경》에서는 우리 중생이 불성을 보지 못하는 것은 두
1.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계절은 어김없이 돌고 돌아 다시 봄이다. 뜨락엔 벌써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렸다. 남녘에선 진즉에 매화가 활짝 피었다고 한다. 생뚱맞은 질문 하나 해보자. 저것이 꽃인 줄 어떻게 아는가? 여전히 한겨울인데 나는 지금 꽃이 활짝 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호에서 살펴본 것처럼 데카르트(1596〜16
4) 토양과 명차의 품질의 관계 육우의 《다경(茶經)》 〈일지원(一之源)〉에 보면 “그 지질1)의 상품(上品)은 문드러진 돌멩이 땅에서 나며, 중품은 조약돌이 섞인 땅에서 나며, 하품은 누른 황토에서 난다〔其地, 上者生爛石, 中者生礫壤, 下者生黃土〕.”고 하였다. 오각농(吳覺農) 주편의 《다경술평(茶經述評)》의 고증에 의하면, 여기서
이동규 | 신라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과 겸임교수
어떻게 보면 살기 좋은 세상이다. 돈만 넉넉하면 이렇게 살기 좋은 시절이 지구 역사상에 또 있을까? 비행기 타고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고, 사시사철 과일이며 생선이며 다 먹을 수 있고, 원하는 사람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통화할 수 있고, 모든 정보를 집안에서 다 훑어볼 수 있는 세상이다. 이 좋은 세상에 욕심나는 게 있다면 물질이 좀 더 풍요했으면 좋
예약한 숙소가 있는 타멜거리로 향하면서 바라본 카트만두의 밤 풍경은 심난했습니다. 가게는 다 문을 닫았고 인적이라고는 없었습니다. 가로등 희미한 불빛에 비친 네팔의 수도는 흑백사진으로 봤던 한국전쟁 후의 서울 풍경 같았습니다. 가난하고 어수선했습니다.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 옆으로 반쯤 무너진 채 앙상한 속살을 내보이는 건물이 있고, 무너진 건물에서 떨어진
“화단에 심은 연산홍은 봄이 되면 다시 연분홍 꽃을 피우는데, 한 번 간 사람은 움도 싹도 없습니다. 평생 먹이고 입히며 가꾼 몸뚱이가 초목만도 못 합니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던 날, 어느 노보살이 먼저 떠난 거사를 그리면서 한 말이다. 북풍한설에 낙엽을 떨구고 생명을 잃은 듯 메말랐던 초목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니 한 평생 의지한 남편을 그리워하는 건 인지상정이겠다. 하지만 봄마다 새싹을 틔우고 화사한 꽃을 피우는 초목도 태어나 늙어가고 언젠가는 죽어 없어지는 존재다.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사람이야 여기저기 옮겨 다닐 수 있지만, 평생 한자리만 지켜야 할 초목은 누가 제 몸을 자르려고 들면 도망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당해야 한다. 그러니 그 처지가 사람보다 나을 리 없다. 《잡아함》 에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먹고 산다”며 걸식을 비난하는 바라문에게 세존께서 답한 게송이 있다. “믿는 마음은 씨앗이 되고, 고행은 비가 된다. 지혜는 보습이 되고, 부끄러움은 멍에가 된다. 바른 생각을 스스로 지키면 이것이야말로 좋은 농사꾼. 몸과 말과 뜻을 잘 단속한다. 진실로 수레를 삼고, 즐겁게 살되 게으르지 않으며, 정진하되 황폐하지 않게 하니 편안하면서도 새롭다. 우회하지 않아서 곧은 길, 근심 걱정 없는 곳에 도달한다. 이러한 밭갈이라야 감로의 열매를 맺고, 이러한 밭갈이라야 다시는 갈등을 받지 않는다.” 다시 봄이 돌아왔다. 새로 돋아난 싹과 화사하게 핀 꽃을 바라보며 젊고 건강했던 날을 그리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시시각각 사그라지는 내 몸을 관찰하며 더욱 정진의 채찍을 내리치는 자세가 필요하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608. 미란(그리스 국왕, millinda)왕이 나선(nāgasena)비구에게 물었다. “나선존자여, 현재의 존재〔名色〕가 미래의 존재와 같은가.” 나선비구가 대답하였다. “그러합니다. 현재의 존재가 좋고 나쁜 행동을 하기 때문에 다음 업의 원인이 되어 다른 존재로 태어납니다.” 왕이 말하였다. &ld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