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스런 이름, 순교자 《황금전설》이란 꽤 두꺼운 책이 있다. 13세기 이탈리아 제노바의 대주교 보라기네의 야코부스가 저술한 책으로 전설처럼 내려오는 13세기 이전 가톨릭 성인들의 생애와 업적을 다루고 있다. 내용은 주로 순교(殉敎)에 얽힌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세 때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고 한다. 이후로도 많은 예술가와 작가에게 영감을
1. 고통을 견디는 자는 모두 영웅이다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가? 헤라클레스가 겪은 극심한 고통의 직접적인 원인은 옷이다. 이 옷에는 히드라의 맹독과 네소스의 피가 묻어 있었다. 히드라 퇴치는 헤라클레스에게 주어진 과업 중의 하나였다. 그는 히드라를 죽이고 담즙을 화살에 묻혀 사용하였다. 히드라의 담즙은 맹독으로 약간만 스쳐도 극심한 고통 속에 죽게 되는 것
1. 영웅의 탄생, 영웅의 업적 동서고금에 영웅호걸들이 많았다. 그들은 타고난 힘과 지혜로 고난을 극복하고 위대한 업적을 쌓았다. 그들의 초인적인 용기와 불굴의 의지는 전설이 되고 신화로 남았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되어 역사를 비추고 예술로 승화되었다. 인류에게 영웅은 커다란 선물이었다. 그리고 축복…… 축복이라&helli
1. 운명에 순응하라? 만약 당신이 말기암 진단을 받고 시한부인생을 살아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대개는 처음엔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원망하지만, 조만간 그 모든 게 부질없음을 깨닫고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인다. 반드시 당하고야 말 운명에 대하여 버둥거릴수록 점점 사태가 악화될 뿐이다. 이것은 마치 그물에
1. 개도 개성이 있다 어쩌다가 개를 세 마리나 키우게 된 적이 있다. 발바리를 닮은 잡견을 주신 분이 풍산개 암수 두 마리까지 주시는 바람에 팔자에 없는 세 마리 개와 함께 살게 되었다. 하지만 나름 같이 지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름을 발바리 — 잡견이라고 하면 싫어할 테니까 발바리라고 해두자 — 는 ‘락’,
1. 괴이, 문란, 그리고 말할 수 없음 공자님은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논어》에 있는 말이다. ‘괴(怪)’는 괴이(怪異)한 것을 말한다. 요괴와 같은 요사스러운 것이다. 여름 극장가의 단골메뉴인 괴기영화의 등장인물들, 예컨대 구미호나 뱀파이어 등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1. 1년 6개월 늦게 본 딸이었다. 예뻤다. 하는 짓도 예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다. 우리는 맞벌이부부이고, 마침 처갓집 이층이 비어 있는데다 가까운 곳에 있어서 아기가 클 때까지 신세를 지기로 하였다. 딸아이는 아버님 어머님에게도 귀한 손녀였다. - 우리는 친가와 외가를 구분하지 않았다. 친할머니든 외할머니든 모두 할머니였다. 굳이 구분해야할 필요
1. 전원 돌아가자 歸去來兮 전원이 황폐해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는가 田園將蕪胡不歸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는 이렇게 단호한 의지를 드러내며 시작한다. 고향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이 유명한 시에 얽힌 고사가 전설처럼 전한다. 도연명이 평택(平澤) 현령(縣令)을 하고 있을 때였다. 몇 번이나 관직에 드나들다가 41살에 겨우 현령
1. 숲에는 두 길이 있다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
1. 브루노, 입에 재갈이 물린 채 불에 태워지다 진리는 어려워서 알기 어려운 게 아니다. 진리는 어쩌면 매우 알기 쉽고 아주 간단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개 진리는 은폐되고 왜곡된다.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어떤 목적을 위해, 아니면 확신에 따라서 진리는 은폐되고 사실은 왜곡된다. 때론 신(神)의 이름으로, 때론 선(善)의 이름으로…&h
1. 경전에 쓰여 있다고 해서 다 믿지 마라 결전의 날이 밝았다. 사느냐, 죽느냐? 이기면 혁명이요 패하면 반역이다. 목야(牧野)의 평원을 바라보며 무왕(武王)은 다시금 의지를 다졌다. 서쪽 변방에서 아버지 문왕(文王)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라, 은인자중, 오늘을 준비했다. 실패는 나 하나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와 뜻을 함께한 연합국 모두의 몰살이다
1. 정문(旌門)과 복호(復戶) 《명종실록》 10년 3월 29일 기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예조가 효자(孝子)로 양양(襄陽)에 사는 충순위(忠順衛) 김수영(金壽永),【부모가 돌아가자 몹시 슬퍼하여 뼈만 남았었지만 채소와 과일도 먹지 않고 3년간 죽만 먹었으며, 또 스스로 하늘에 맹세하는 글 132자를 지어 자기 손으로 좌우 무릎에 자자(刺字)하였다
1. 성선설과 성무선악설 노인이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머잖아 나도 노인이 될 텐데, 씁쓸하다. 옛날에는 안 그랬다. 노인은 어른으로 존경을 받으며 여생을 보냈다. 세태가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이 나빠진 건가?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노인의 경험은 매우 큰 자산이었다. 노인은 언제 씨를 뿌리고 어떻게 가꿔야 하는지를 알았다. 그들의 오랜 경험은 자연
1. 성인 요순 요순(堯舜)시대라고 하면 우리는 곧 태평시대로 이해한다. 유교문화권에서 요순은 가장 살기 좋은 시대를 만든 성인이다. 《중용(中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공자는 요순(堯舜)을 잇고 문무(文武)를 본받았다.”1)이 말은 “공자는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을 교주(敎主)로 받들며 그의 가르침을 펼치고
1.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 “동이마다 술을 가득 담아 와서는 먼저 술잔에 조금 부어 헌주하게 한 다음 빙 돌아가며 각자에게 제 몫을 따라주었다. …… 신도 듣고 마음속으로 기뻐했다.”1)트로이 전쟁은 처음의 의욕과는 달리 지루한 지구전이 되어가고 있었다. 전쟁이 발발한지 10년째. 위기는 엉뚱한 곳에서 찾아왔다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 우리는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서양문화의 산물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서양식 교육 시스템을 통해 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교육받았다. 청바지와 헐리웃 영화에 매료되었고, 비틀즈와 엘비스 프레슬리에 열광했다. 그러니 현재의 나를 이해하려면 부득불 서양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
1. 아테네 민주주의 기원전 5세기를 전후로 그리스는 당시 가장 강력한 제국 페르시아의 공격을 받았다. 페르시아는 다리우스와 그의 후계자 크세르크세스로 이어지며 세 번에 걸쳐 대대적으로 그리스를 공격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스의 승리는 살라미스 해전처럼 상당한 행운도 있었으나, 도시국가들의 연합된 힘이 가장 컸다고 하겠다. 당시 그리스 도시국가
1. 방외지사(方外之士) 방내지사(方內之士) 죽음은 인간이 존엄할 수 있는 이유이다. 인간은 죽음을 통해 동물과는 다른 차별성을 얻고, 신조차도 누릴 수 없는 삶의 환희를 맛볼 수 있다. 죽음이야말로 인간이 위대하며 존엄할 수 있는 바탕이다. 그 위에 인간은 위대한 문명을 건설하였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 죽음은 지극히 가볍고 하찮다. 장자(莊子)가 죽을
1. 짐승의 무리, 인간의 무리 먹구름이 하늘을 덮은 지 오래되었다. 재앙은 곳곳에서 일어났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신하가 임금을 살해했다. “찬란했던 인간계가 이렇게 사라져야 한단 말인가?” 공자(孔子)는 울분을 참기 힘들었다. 그는 망루에 올라가 징을 쳤다. 징~~ 징~~ 징소리에는 부도덕한 현실에 대한 분노와 그럼에도 어찌하지
1. 소무와 이릉기원전 141년 16세에 즉위한 한 무제(漢武帝)는 죽을 때까지 54년간 황제의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이 절대 권력자의 반세기에 걸친 통치기간은 전쟁으로 점철되었다. 특히 흉노와의 지속적인 전쟁은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일대 사건으로 이해된다.진시황의 천하통일 이후 문명 제국 중국은 오히려 상당 기간 흉노의 속국 신세가 되고 만다. 일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