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에 심은 연산홍은 봄이 되면 다시 연분홍 꽃을 피우는데, 한 번 간 사람은 움도 싹도 없습니다. 평생 먹이고 입히며 가꾼 몸뚱이가 초목만도 못 합니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던 날, 어느 노보살이 먼저 떠난 거사를 그리면서 한 말이다. 북풍한설에 낙엽을 떨구고 생명을 잃은 듯 메말랐던 초목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니 한 평생 의지한 남편을 그리워하는 건 인지상정이겠다. 하지만 봄마다 새싹을 틔우고 화사한 꽃을 피우는 초목도 태어나 늙어가고 언젠가는 죽어 없어지는 존재다.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사람이야 여기저기 옮겨 다닐 수 있지만, 평생 한자리만 지켜야 할 초목은 누가 제 몸을 자르려고 들면 도망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당해야 한다. 그러니 그 처지가 사람보다 나을 리 없다. 《잡아함》 에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먹고 산다”며 걸식을 비난하는 바라문에게 세존께서 답한 게송이 있다. “믿는 마음은 씨앗이 되고, 고행은 비가 된다. 지혜는 보습이 되고, 부끄러움은 멍에가 된다. 바른 생각을 스스로 지키면 이것이야말로 좋은 농사꾼. 몸과 말과 뜻을 잘 단속한다. 진실로 수레를 삼고, 즐겁게 살되 게으르지 않으며, 정진하되 황폐하지 않게 하니 편안하면서도 새롭다. 우회하지 않아서 곧은 길, 근심 걱정 없는 곳에 도달한다. 이러한 밭갈이라야 감로의 열매를 맺고, 이러한 밭갈이라야 다시는 갈등을 받지 않는다.” 다시 봄이 돌아왔다. 새로 돋아난 싹과 화사하게 핀 꽃을 바라보며 젊고 건강했던 날을 그리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시시각각 사그라지는 내 몸을 관찰하며 더욱 정진의 채찍을 내리치는 자세가 필요하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596. 만약 단명(短命)할 행(行, 업(業)과 같은 뜻)을 지으면 행한 이후에 단명을 받게 되고, 만약 오래 살〔長命〕행을 지으면 행한 이후 오래 살 명을 받게 된다. 만약 병이 날 행을 지으면 행한 이후 병이 많게 되고, 만약 병이 생기지 않을 행을 지으면, 행한 이후 병이 없게 된다. 만약 천한 행을 지으면 행한 이후 천하게 되고, 만약 귀한 행을 지
568. 장님은 좋거나 나쁜 빛깔, 평지나 높은 언덕 기슭을 볼 수 없다. 중생도 그러하여 음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 덮여 있다. 선악의 행위를 분간할 줄 모르거니와 좋고 나쁜 것의 구분이라든지 검거나 흰 것에 대해 구분하지 못한다. 마음은 어리석어 선처(善處)를 구하려 하지 않기에 세상은 온통 깜깜할 수밖에 없는 것이리니. - 《출요경(出曜經)》 569.
부처님 가르침 중에 열반에 이르는 여덟 가지 길이 있다. 팔정도(八正道)가 그것인데, 세 번째가 바른 말〔正語〕이다. 온갖 정보가 넘쳐나고, 각종 매체를 통해 수많은 말이 오가는 현대에서 바르게 말하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말은 자신의 생각과 뜻을 전하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때로는 남을 해치는 흉기가 된다. 칼은 몸에 상처를 내지만, 말은 때로 마음에 죽음보다 깊은 상처를 낸다. 보이지 않는 말이 날카로운 칼보다 무서운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입은 날카로운 도끼와 같아서 그 몸을 스스로 깨나니, 악한 말 때문에 사나운 마음을 일으켜 온갖 죄를 늘임으로써, 모든 재앙을 낳게 되는 것”(《제법집요경》)이라고 타이르신 것이다.
564. 덧없는 허망함을 멀리하지 못해 사리에 어둡게 되니, 이로 인해 원하는 바가 있게 된다. 원하는 바가 있다면, 원망하거나 친밀이 있게 되어, 미워한다거나 사랑한다거나 하게 된다. 그 미움과 사랑으로 인해 칼을 쥐고 서로 맞선다든가, 소송으로 싸운다든지, 아첨한다거나 진실치 못한 말을 하는 등의 여러 악행을 행하게 되는 것이니라. - 《제석소문경(帝釋
세상의 중생은 은혜 갚는 것을 알지 못해서 서로를 원수 같이 대하며, 잘못된 견해에 집착하여 앞뒤가 바뀌고 미혹되어 어지럽게 하며,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믿는 마음이 없고, 나쁜 친구를 쫓아다니며, 모든 분별하는 마음[慧]1) 을 일으켜 진리에 어두워져서 여러 가지의 번뇌가 가득 차게 된다. 모든 중생이 다
번뇌의 괴로움과 해로움547. 일체중생이 능히 공(空)· 무상(無相)1)을 잘 닦지 못하는 까닭에, 항상 물결이 센 번뇌의 강에 떠돌게 된다. 저 같은 큰 강은 오로지 능히 몸을 무너뜨리고, 능히 일체 선법을 신속히 멸하지 못하지만, 번뇌의 큰 강은 능히 일체의 몸과 마음의 좋은 법을 무너뜨린다. 저 큰 거친 강은 오로지 능히 욕계의 중인을 빨
543. 불자야, 무명(無明)을 불요일체법(不了一切法)1)이라 부른다. 모든 세계가2) 미혹(迷惑)해서 삼계(三界)의 업과(業果)3)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명장(無明藏)4)으로부터 열세 가지의 번뇌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이른바 사견(邪見)5), 아견(我見)6), 상견(常見)7), 단견(斷見)8), 계도견(戒盜見)9), 과도견(果盜見)10)
536. 이 몸은 오래지 않아서 쇠하고 파괴되어 마침내 소멸되는 것이니, 영원하지 않고, 실재하지 않음으로 변하여 달라지는 모습이다. <지세경(持世經)> 537. 열다섯 가지의 변이(變異)1)가 있다. 분위변이(分位2)變異)라는 것은 영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 전후의 모습이 달라져서 각각 다른 모양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현변이(顯變異
543. 불자야, 무명(無明)을 불요일체법(不了一切法)1)이라 부른다. 모든 세계2)가 미혹(迷惑)해서 삼계(三界)의 업과(業果)3)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명장(無明藏)4)으로부터 열세 가지의 번뇌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이른바 사견(邪見)5), 아견(我見)6), 상견(常見)7), 단견(斷見)8), 계도견(戒盜見)9), 과도견(果盜見)10)
529 옛날 어느 노모가 있었다. 외아들이 병사하자 시신을 묘지 사이에서 둔 채 매우 슬퍼하였다. “이 아이 하나만 믿고 노후를 보내려 하였는데 이제 나를 버리고 죽어버렸으니 나도 목숨을 함께 버려야겠다.” 하고서는 4~5일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가엾게 여기신 부처님께서 묘지로 가셔서 노모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이
522 모든 중생들은 삶과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잘못된 근심에 탐닉하고 있다. 비유하면 마치 사람이 넓은 들판에 다니다가 사나운 코끼리에게 쫓긴 것과도 같다. 겁이 나서 달렸으나 의지할 곳 없었는데 빈 우물 옆의 나무뿌리를 발견하고 밑에 몸을 숨겼다. 그런데 우물 안에는 검고 흰 쥐 두 마리가 있었고 나무뿌리를 갉아먹고 있었다. 우물 네 둘레에는 네 마리
517.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苾芻)1)들에게 이르셨다. “오래 전 과거에 큰 나라의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만도마(滿度摩)였다. 아들이 하나 있어, 그 이름이 비바시(毗婆尸)2)였다. 궁 깊숙이 오랫동안 머물러, 궁전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였다. 마무인 유아에게 명하여 마차를 준비시켜, 그것을 타고 성 밖으로 나갔다. 병자 한 명을 보게 되었다
515. 부처님이 사위국(舍衛國)에 계실 때에 성 안에 80세가 다 되어가는 한 바라문이 있었다. 재산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부자였지만, 성격이 완고하고 진리에 어두워서 교화하기 어려웠다. 도리와 덕을 알지 못하고, 무상함도 헤아리지 못했다. 좋은 집을 새로 지었는데 앞 채, 뒤 채, 시원한 누각과 따뜻한 거처 등 동서의 곁채가 수십 채가 되는 굉장한 집이
504 물은 흘러 항상 차 있지 아니하고 불은 치성하되 오래가지 아니한다. 해는 뜨지만 곧 지게 되고 달은 차게 되면 다시 이지러지니, 영화롭고 권세 높은 이의 무상함도 이처럼 왔다가도 가버리는 것이니라. 〈죄업보은경(罪業報應經)〉 505 옛날에 수행자 세 명이 있었는데 서로 ‘그대들은 어떻게 깨달음을 얻었는가.’라 물었다. 한 명이
491. 수미산은 높고 넓기는 해도 끝내 없어지고, 대해(大海)는 깊고 넓기는 해도 또한 말라붙을 때가 온다. 해와 달은 아무리 밝아도 오래지 않아 서쪽으로 넘어가야 하고, 대지는 견고해서 온갖 것을 싣고 있을 수 있으나 존재의 기간이 다하여 겁화1)가 타오르면 그 역시 무상으로 돌아갈 운명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만남은 반드시 이별을 겪어야 하고,
482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지가 모두 변해 대해(大海)가 되었을 때, 어떤 눈 먼 거북(盲龜)이 있어서 수명은 무한하고 백 년에 한 번씩 그 머리를 내 놓는다고 하자. 또 바다에 단지 구멍이 하나만 있는 부목(浮木: 물 위의 뜬 나무)이 있는 물결에 표류하며 여기 저기 바람을 쫓고만 있다. 만약에, 이 눈 먼 거북이 머리를
478. 미란왕(彌蘭王)1)이 나선(那先)2)비구에게 물었다. “사문(沙門)3)도 능히 그 몸을 사랑하십니까?” 나선비구가 말하기를 “사문(沙門)은 그 몸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왕이 말하되, “사문이 몸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누워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며, 먹을 때 좋은 맛을 느끼며 스스로 보호
468 (전회 이어서) 이 몸은 파초와도 같아서 머리에서 발에 이르도록 가죽·살·뼈·골수가 서로 화합해서 몸을 구성했을 뿐, 안에는 실체가 없다. 이 몸에는 강한 힘이 없어서 가죽과 살이 얇게 덮인 것은 칠을 입힌 담장이요, 무성한 털과 머리숱은 땅에서 돋은 풀과도 같다. 이 몸은 독사를 기르면서 그 해를 입는 것과도
수행자들은 여름과 겨울에는 안거를 하고, 봄과 가을에는 두타행, 즉 만행을 한다. 안거를 할 때나 만행을 할 때 수행자들이 꼭 갖추어야 할 필요한 물건을 도구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도구라는 말이 일을 할 때 쓰는 연장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도구의 본래 의미는 도道, 즉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을 하는데 필요한 물건을 갖추는 것을 말하는 불교용어이다. 부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