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이 첫 악수를 건넬 무렵 하동 쌍계사를 찾았다. 매화 향에 취해 경내를 거닐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육조 혜능(六祖慧能, 638~713)의 머리를 모셔두었다는 금당이었다. 금당 안에는 7층으로 된 육조정상탑(六祖頂相塔)이 있는데 만약 혜능의 등신불이 중국에 있다는 사정을 아는 이라면 이 탑의 내력이 의심스러울 것이다. 중국 남화사에 모셔진 혜능은 그 모습이 온전하기 때문이다. 세속의 시각으로 따지자면 남화사의 미라가 혜능이 아니든지 쌍계사 금당에 육조의 머리가 없든지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있음의 반대가 없음이고, 사실의 대척점에 허구가 있다고 확신하는 태도는 불교적 사유는 아니다. 모든 현상이 실체가 아님을 아는 것이 곧 여래를 보는 것이라 말하는 《금강경》의 구절이 이를 말해준다. 진실과 진실이 아님을 애초에 분할할 수 없다는 안목으로 보아야 육조정상탑은 물론 혜능에 관해 내려오는 다양한 이야기 또한 불교적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