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나는 부처님 살아계시던 시절 라자가하의 어느 부잣집 하녀였습니다. 어느 날 밤늦도록 쌀을 빻느라 파김치가 된 그녀는 땀을 식히러 문밖으로 나갔지요. 너무 힘들어 어디 구석진 자리에라도 드러눕고 싶지만 주인의 명을 어길 수는 없었습니다.세상은 깊은 잠에 빠져 고요했습니다. 뿐나는 밤바람을 쐬며 어둠 속을 거닐다 문득 저 멀리에서 깜빡거리는 불빛을 보게 됐습
만약 천황 도오(天皇 道悟, 748~807) 선사가 오늘날 한국에 살았다면 분명 김영민의 칼럼을 좋아했을 것이다. 몇 해 전,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란 <경향신문> 칼럼으로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영민 말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친척이 명절을 핑계로 집
우리나라의 탑돌이는 불교 수용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예컨대 신라에 불교가 528년(법흥왕 15) 공인되었고, 신라 최초의 절 흥륜사가 535년(법흥왕 22)부터 창건되기 시작하여 544년(진흥왕 5) 2월 완성되었으니까 적어도 이때부터 탑돌이가 시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갠지스강의 모래와 같이 헤아릴 수 없는 별이 모여 은하수를 이루고, 수많은 풀과 나무가 모여 큰 숲을 이루듯, 1600여 년 동안 이어온 한국불교는 이 땅에서 명멸해간 수많은 스님과 불자들이 일구어낸 장대한 역사입니다. 하지만 은하수를 이루는 수많은 별 중에도 밤하늘을 빛내는 별이 있고, 대지를 품에 안은 숲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천년수가 있듯이 한국불교사의 장대한 강물에도 물길을 트고, 도도한 흐름을 일구어낸 선지식이 있습니다.한국불교사를 일구어낸 수많은 인물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을 한 명 꼽으라면, 아마도 원효(元曉, 617~686) 스님이 첫 손에 꼽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님은 ‘진나 보살의 후예’, ‘화쟁 국사’로 불릴 정도로 교학에 큰 업적을 남겼고, “가난하고 무지몽매한 무리들까지 부처님의 명호를 알게 되어 나무아미타불을 부를”(《삼국유사》 ‘원효불기(元曉不羈)’ 조) 정도로 대중교화에도 큰 자취를 남겼습니다.경주와 그 인근에는 원효 스님의 행적을 더듬을 수 있는 사찰과 유적이 여럿 있습니다. 스님이 출가한 사찰이자 아들인 설총(薛聰, 655~?)이 부친의 유골로 소상(塑像)을 조성해 모셨던 분황사(芬皇寺)를 비롯해 왕과 여러 대신에게 《금강삼매경》을 강설한 황룡사지(皇龍寺址), 요석 공주와 인연을 맺은 월정교지(月淨橋址, 月精橋址), 스님의 행적을 기록한 서당화상비(誓幢和尙碑)가 서 있었던 고선사지(高仙寺址), 스님이 중창했다는 기림사(祇林寺), 도반이자 스승인 혜공 스님과의 일화가 남아있는 오어사(吾魚寺) 등이 그곳입니다.
신기하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회의 어두운 측면, 우리가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하고 싶어 한 곳에 떡하니 나타나 잊고 싶던 사실들을 표면으로 드러냈다. 인종과 젠더에 대한 차별과 혐오, 빈부의 격차, 여전히 혹세무민하는 종교, 사라진 인권 등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어도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이상 굳이 관심 갖지 않던 여러 분야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하나씩 문제를 들춰내며 우리의 민낯을 들추어냈다.코로나19의 범세계적 대유행 이후 각계 전문가들은 원인을 진단하기에 바쁘다. 야생동물이 최초의 발원지라는 이야기도 있고, 생화학 무기를 위해 연구하던 연구소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공통점은 지구생태계의 파괴로 바이러스가 인간을 숙주로 여기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간 인간이 저질러온 환경 파괴가 코로나19가 대유행하게 된 이유라는 것이다. 몇 달간 세계를 뒤덮은 전염병으로 인간의 활동이 줄어든 자리에 자연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일단 지구는 지금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 이제 세월도 많이 흐르고 국내에서도 남북의 화해무드에 따라 전쟁 이야기는 점점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간다. 그런데도 이병용 작가의 프로젝트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유가 뭘까?“아픔을 나눠서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 뿐입니다. 보상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위로와 공감이 먼저입니다.”그것이 “한국이 지금 잘 살아서 너무 좋다”라던가 “그때가 다시 와도 한국전에 참전할 것”이라고 말해주던 해외의 참전용사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그가 덧붙였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태어난 직후 사방으로 일곱 걸음씩 걸은 뒤 ‘하늘 위나 아래에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온 누리가 고통으로 가득하니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고 외치셨습니다. 탄생게는 뭇 생명이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선언이었고, 고통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부처님은 이와 같이 사바세계에 몸을 나투셨습니다.부처님은 인간 위에 군림하지 아니하고 괴로움을 함께하는 도반으로서 항상 우리들과 함께 하십니다. 우리가 있는 어디에서나, 우리가 고뇌하고 있는 어느 순간에도 외면한 적이 없습니다. 부처님은 항상 우리와 더불어 있고, 슬픔과 기쁨을 같이 합니다. 착한 친구로서, 스승으로서, 또한 나 자신으로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드넓은 평원 곳곳에 보석처럼 박힌 탑과 사원의 도시 바간(Bagan). 천년 여의 시간동안 역사의 변화와 자연 재해, 그리고 인간의 무심함과 욕심 등에 계속 훼손된 불교 성지 바간에 인도의 도움이 닿게 되었다.미얀마 종교문화부 고고학국립박물관국은 “인도고고학연구소(ASI)가 바간의 다섯 개의 탑에 대한 복원작업을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어느덧 입춘이 지나 계절의 시계는 우수절기로 향하고 있던 어느 날, 일기예보에 눈이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산행을 준비했다. 카메라 장비를 점검하고 어떤 장면을 찍을 것인가 구상하였다.점심 무렵 비와 눈이 섞여서 내리더니 찬바람 부는 늦은 오후가 되니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서울에서는 눈 구경하기가 해마다 어려워지고 있으니 이 또한 마을 사람들에
내가 배정받은 방은,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둡고 습한 기운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곰팡이 냄새도 좀 나는 것 같고, 음기가 느껴지는 방이었습니다. 근데 더 실망스러운 것은 베란다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는 것입니다.미얀마를 가기 전 인터넷에서 마하시선원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는데, 어떤 블로그에서 베란다에 대한 로망을 갖게 하는 글을 읽었었습니다. 베란다에 앉아
위기의 상황이 되면 언제라도 힘을 모아 극복해 나가는 게 한국 사람들의 특성입니다. 세계적으로 겪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서도 우리는 어려움을 잘 버텼고, 한고비를 넘겼습니다. 모르는 병이 닥쳐 두려움으로 개개인도 힘들고, 경기가 어려워 자영업자나 일이 끊긴 노동자들도 많은 이 때 예전의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또 국민 모두 힘을 모아 이겨내리라 믿습니다.오
이미 평범하고 익숙해진 삶에서 성장을 위한 도약의 발걸음을 떼려면 ‘처음’이라는 것과 마주해야 한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낯섦이고, 그 낯섦은 호기심과 기대심이 따르며, 호기심과 기대심은 도약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만든다.여기 자신의 성장을 위해 호흡명상이라는 낯선 미지의 세계로 떠난 사람의 여
나는 고양이에 별 흥미가 없다. 고양이를 주인으로 모시며 스스로를 집사라고 자처하는 애묘인들의 행동은 내겐 딴 세상 이야기일 뿐. 그런데 나 같은 사람도 살다보니 세 마리의 고양이는 피할 수 없었다.첫째는 애드가 앨런 포의 소설 속 문학적 고양이, 둘째는 선어록에 등장하는 선불교의 고양이, 셋째는 슈뢰딩거가 사고실험으로 만들어낸 과학적 고양이다. 전혀 관계
상구는 며칠 전부터 학교가 끝나자마자 부지런히 발을 놀려 마을 어귀의 절로 향했다. 아침저녁으로 불공을 올리는 상구 할머니의 엄명으로 지난 닷새간 뻔질나게 오간 길이라 이젠 눈 감고도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할머니 성화에 못 이기는 척 간다고 했지만, 사실 아버지를 따라 산에 가서 나뭇짐을 지는 것보다 절에서 하는 일이 훨씬 쉽고 재미도 났다. 또 큰 잔
어느 순간부터 산다는 건 밥벌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뭘 먹고 사는가.밥을 구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가.남들 먹는 것을 나도 먹는가.중년에 접어들면서 내 삶이 자꾸 이런 물음을 스스로 내고 그 답을 구하면서 “그게 산다는 거지, 뭐.”하며 씁쓸하게 자위하고 있다. 이런 내가 안쓰럽지도 않다. 지구 위 77억의 사람들
불교와 명상 관련 번역서를 내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영어로 된 불교와 명상 관련서를 직접 번역해 책으로 출판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자기만족’을 위한 자비 출판은 아니다. 독자의 필요에 따른 선택을 받아 이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엄연한(!) 기업이다. 지금까지 《불교는 왜 진실인?? 《조셉 골드스타인의 통찰 명상》 등 몇
꽃은 새날에 핀다.“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서 봄이 오는 것이다 ”라고 법정스님이 말씀하셨다. 해서 나는 ‘산다는 것은 꽃소식을 듣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어지러워도 여전히 꽃이 피니 ‘언제나 새날’인 것이다.작가로 살아온 나는 ‘새날’인 &l
사찰에서 음식은 수행을 전제로 하는 출가자에게도 예외일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삶의 요소이다. 또 사찰음식은 이제까지 역사적인 범위와 개념 그리고 불교의 식문화 정신 등에 대하여 대중의 논의를 거쳐 합의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원형보존이란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워지는 주제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사찰음식’이라 함은 불교 즉 승가의 공동체 생
부처님의 희망을 전해주는 게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다.부처님이 오셨으니 세상이 꽃처럼 화사하다.
거사불교를 주창하며 생활에서 선(禪)을 수행하도록 문하에 많은 제자를 양성해 ‘한국의 유마거사’로 알려진 백봉 김기추 거사의 제자 최운초(본명 최명돈) 씨는 《눈을 부릅뜨고 와 귀를 가리고 가다》라는 백봉의 전기를 지난 2월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