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지금 한국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미와 같은 부류, 부모님에게서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한 부류는 어떤 보장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직업을 가질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나레이터모델이나 택배회사의 잡역부로 내몰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사람들과 관계도 맺지 않고 살아갑니다. 토굴 같은 어둡고 좁은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뿐입니다. 사람과는 단절된 채 그저 해미가 아프리카에서 배워온 춤인 리틀헝거처럼 굶주림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벤과 같은 부류, 부모에게서 많은 것을 물려받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욕망이 부재합니다. 그들은 욕망을 가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미 모든 것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권태를 느낍니다. 욕망이 없는 삶엔 권태가 생겨나고, 그들은 권태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재미를 추구합니다. 그러다가 벤은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돈이라는 것은 이렇게 많이 가져도, 너무 없어도 문제인 것입니다. 한 쪽으로 돈이 너무 몰렸고, 그렇게 분배가 제대로 안됐기에 둘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의 한국사회라고 이창동 감독은 진단하였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영화 (미국, 2015)은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를 입증한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호랑이’에 해당하는 것이 화성에 혼자 고립된 상황입니다. 극한의 추위와 희박한 산소, 그리고 부족한 식량과 함께 화성이라는 행성에 홀로 던져진 현실은 분명 호랑이에게
등에서 이민자,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하층민의 삶을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인디영화계의 거장 션 베이커 감독은 이 영화 (미국, 2017)에서는 2007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생겨난 홈리스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그렇지만 영화는 어둡지
《삼국유사》에는 원효 스님이 관세음보살을 친견하려다 실패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의상 스님이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낙산사를 창건했다는 소문을 듣고 원효 스님은 자신도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낙산사를 향해 갔습니다. 가는 길에 원효 스님은 흰 옷 입은 여인이 벼를 베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장난삼아 그 여인에게 벼를 달라고 했습니다. 여자는 흉년이 들어
1월에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 다녀왔습니다. 도착 후 얼마 동안은 여행지를 잘못 선택했다고 자책했습니다. 우선 날씨가 너무 더웠습니다. 이맘때가 이곳에서는 우기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한여름 날씨였는데 더 덥고 습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인데 그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도로는 밤이고 낮이고 언제나
이웃집에 교회 다니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성가대 활동도 하고 봉사도 많이 하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이 사람이 같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 남편의 임종을 지켜봤다고 합니다. 죽어가는 사람은 교인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찾아간 것은 그 부인의 요청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믿지 않은 죽어가는 사람은, 처음에는 벌벌 떨면서 굉장
<버드맨>(미국, 2014)의 오프닝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흰 팬티만 입은 남자가 결가부좌를 한 채 공중부양 중이고, 그의 어깨 너머로 <버드맨> 포스터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진중한 저음이 들렸습니다. “어쩌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지? 여긴 정말 끔찍해. 거시기 냄새가 진동하잖아. 우리가 있을 곳은 이 시궁창이 아냐.&rdquo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일본계 영국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선정됐습니다. 작품 목록을 보다가 놀랐습니다. 영화 과 동일한 제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시 영화의 원작자였습니다. 은 20년도 더 전에 봤는데, 당시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영화 (영국, 1993)의 가장 큰
KBS에서 방영하고 있는 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봅니다.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특별히 신부님을 소개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온 김하종 신부님이라고, 성남에 소재한 ‘안나의 집’이라는 노숙자를 위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분입니다. 신부님은 이 일을 무려 27년
2015년 청룡영화상에서 가장 뜻밖이었던 것은 영화 입니다. 제목조차 들어보지 못한 영화가 신인 남우상에 신인 감독상까지 챙긴 것입니다.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보기 전까지 이 영화가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도대체 어떤 영화기에 저예산 영화를 만든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받았을까, 또 주인공 최우식은 이 영화에서 어떤 연기를 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일본, 2016)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 이야기 완결판입니다. 감독은 이 이야기를 끝으로 당분간 가족 영화는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등 뛰어난 가족 영화를 통해 감독은 일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을 읽은 후 작은아이는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얼마 안 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벌써 1년째 고기를 먹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고기 끊기는 술이나 담배 끊기보다 어렵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그런 결단을 내리게 했는지 궁금해 남편도 《희망의 밥상》을 읽었습니다. 그러더니 남편도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한국, 2008)은 폐쇄수도원 카톨릭 수사들의 일상을 3시간여 보여주었던 <위대한 침묵>과 유사한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바쁘게 흐르는 시간에 익숙하기에 너무나 느리게 흘러가는 영화 속 시간은 사지가 뒤틀릴 정도로 지겨웠지만 그 지겨움이 끝날 무렵엔 마음이 한결 맑고 가벼워졌습니다. 일종의 ‘힐
미국의 천재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과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배우로 꼽히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만든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미국, 2008)는 욕망으로 일관한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업튼 싱클레어의 1927년 소설 <오일>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일확천금을 꿈
<문라이트>(미국)는 이번 2017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화제가 된 영화입니다. <문라이트>에는 톱스타가 나오지 않으며, ‘배리 젠킨스’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흑인 감독의 작품이고 흑인만 나오는 저예산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결코 경쟁이 되지 않을 것 같던 <라라랜드>를 누르고 20
지난해 제주도 성당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개인적으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새벽기도를 하다가 가슴에 칼을 맞고 죽은 신자에 관한 기사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만약 하나님을 믿는 종교의 신자라면 신에 대해서 정말 회의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가슴에 칼을 맞고 죽는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너무나 끔찍한 일입니다. 그런데 성당에서,
지난 1월 라오스에 다녀왔습니다. 여행 사진을 정리하다가 인상적인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어느 날 오전에 찍은 라오스 법당 안 풍경입니다. 대웅전인 것 같은 건물에서 할머니 셋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오전이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스님들에겐 점심인 듯 했습니다. 그런데 분주한 할머니들 사이를 고양이 두 마리가 여유로운 모습으로 지나다니고, 그 옆으로는 커
2016년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나, 다니엘 블레이크>(영국, 2016)는 무척 좋은 영화입니다. 좋은 영화의 기준은, 영화를 보고 났을 때 마음에 어떤 에너지가 생겨났는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노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공감하게 했습니다. 그러니까 휴머니즘을 일깨워주는 영화였습니다
1997년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해입니다. ‘IMF 외환위기’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가장이 실직하고, 그로 인해 가정이 해체되고, 자살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전쟁에 버금가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만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때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우리처럼 금융위기를 경험했습니다.
신문에서 본 내용입니다. 생물학자 최재천 씨가 8마리의 닥스훈트를 키우면서 관찰한 내용이 실린 기사였습니다. 어미와 새끼 7마리로 이뤄진 가족을 키웠다고 합니다. 이 가족 중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는 누나 개였다고, 큰 누나에 해당하는 암컷은 어미개가 없을 때는 적극적으로 동생들을 돌본다고 했습니다. 마치 어미 개가 새끼들을 돌보듯이 따뜻하게 동생들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