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입춘이 지나 계절의 시계는 우수절기로 향하고 있던 어느 날, 일기예보에 눈이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산행을 준비했다. 카메라 장비를 점검하고 어떤 장면을 찍을 것인가 구상하였다.점심 무렵 비와 눈이 섞여서 내리더니 찬바람 부는 늦은 오후가 되니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서울에서는 눈 구경하기가 해마다 어려워지고 있으니 이 또한 마을 사람들에
아침 바람은 아지랑이를 부르듯 따뜻하고, 햇살은 포근함으로 가득하다. 소한(小寒) 절기가 될 즈음엔 무척 추웠는데, 이젠 낮 기온이 영상 5도를 웃돌고 두꺼운 겨울 외투가 거추장스러울 정도이다. 마치 멀리뛰기를 하듯 두어 달 가까이 계절을 앞서가고 있다. 양지 바른 곳은 물 기운이 감돌고 산책로 이곳저곳은 질퍽할 만큼 땅이 녹고 있다.꽃피는 겨울성미산엔 매
우리나라 새들은 해마다 서식환경이 열악하여 먹잇감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겨울철 먹이 주기는 산새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먹이 확보를 한 개체군은 이듬해 봄이 되면 그 숫자가 늘어나고 그렇지 못한 개체군은 줄어들기도 한다.지난 12월 말의 어느 날, 세밑 한파가 찾아와 영하 10도에 찬바람까지 부니 체감하기론 영하 20도가 되는 기분이었다.
11월의 성미산은 온대지가 울긋불긋하다. 그야말로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시절이다. 오늘은 가을비가 촉촉이 내린다. 빗방울이 나뭇잎을 건드리면 투둑 투둑 소리 내며 한 겹 두 겹 바닥에 쌓여간다. 이곳 성미산자락도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하다. 잠시 스치고 간 비구름이 물러나니 파란하늘이 열리고 나무 사이사이로 비추이는 하늘빛과 바람결에 소리 내는 나무와 물기 먹은 나뭇잎 향기가 가을 숲을 완숙하고 정제된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풍광이다.작년 가을에 성미산 복원과 관련하여 마포구 부구청장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39번 가로등 쪽 계곡물 되살리기를 제안하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얼마 전부터 한 달 간의 공사가 시작 되었는데 건천수맥 보호, 토사유출 방지, 생태연못 조성, 나무·꽃 심기, 새둥지 설치 등 일부 구간에 대한 공사였다.건천수맥을 훼손하지 않고 공사를 하기 위해 작업이 있는 날엔 아침 일찍 출근하다시피 현장을 찾아 갔다. 땅파기와 석축 쌓는 위치 그리고 돌의 크기 등 본래의 지형과 수량을 고려하여 원천수의 위치를 정확히 표시하여 작업자들의 원활한 시공을 도왔다. 성미산의 건천수맥은 그 발원지점에 석축을 쌓고 그 바닥면은 15cm정도 깊이로 파서 강돌로 바닥면을 고르게 하였고 그 위로 자갈돌을 깔아서 물이 고였다가 흘러 내려가게 하였다. 그리고 하류로 내려오면서 5군데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빗물을 모으고 흘러내려오는 물이 합수 되도록 하여 계곡물의 양을 증가시키게 하였다. 올여름 장마 때 살펴보니 산책로 위쪽으로부터는 빗물에 의한 토사 유출이 심하였는데 산책로 바닥을 매트로 깔아 토사유출을 방지하면서 빗물의 흐름을 계곡과 건천수 쪽으로 유도하였다. 아마도 내년엔 올해보다 많은 물이 흐르고 모일 것이다.
가을빛이 나뭇잎에 내려앉는다. 노랗게 연붉게 이곳저곳 퍼져간다. 멀리 북한산자락을 거쳐 백련산을 지나 어느덧 성미산까지 가을이 깊어졌다. 아침공기가 사뭇 차가워졌고 입김까지 난다. 분주한 아침시간이 지나고 잠시 여유로움이 찾아오면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 겸 탐조를 나간다.10월의 느지막한 날이 되면 반가운 새가 가을 향기를 타고 찾아오는데 오늘은 꼭 만날 것
태풍 링링이 서해안을 따라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은 날,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창문 틈 사이에 종이를 끼워 유격을 없앴고 옥상과 베란다에 있는 화분은 실내로 들여 놓았다. 그리고 집 주변을 살피며 서당을 거쳐 산으로 갔다. 박새, 곤줄박이, 청딱따구리, 솔부엉이, 새호리기, 까치 등 새들의 둥지와 옹달샘, 빗물저금통 그리고 새 먹이통을 점검하였다. 바람
사람 스스로 해친 것을 복구한다는 의미에서 사람의 손이 최소한으로 미쳐야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산은 스스로 유지해나간다.나무는 스스로 자라고 꽃은 시절마다 피어난다. 해와 달은 뜨고 지며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새와 나비는 열매를 먹고 꽃가루를 옮긴다.사람 또한 자연의 섭리처럼 살아가야 온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연의 그것
아직 마을은 잠들어 있는 새벽 시간, 작은 창가에 마지막 장맛비가 내린다. 방수팩에 카메라를 넣고 우비를 갖추어 입고 산행에 나선다. 지난밤의 뜨거운 열기와 비가 만나니 그야말로 한증막 같다. 그래도 비가 온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해하며 늘 그래왔던 대로 숲속의 벗들을 만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산책로에 다다르자 산으로부터 많은 양의 빗물이 흘러 내려왔다.황
나비가 꽃향기에 취해 주변을 날아다닌다. 정말 신이 난 듯 화분(花粉) 먹기에 심취하여 살금살금 다가가도 모른다. 어린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먹는 듯 참으로 편안하다. 그러다가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순식간에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것도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갈지(之)’ 자로 난다.
올해도 새호리기 수컷이 일찌감치 까치집을 차지하고 암컷에게 구애한다. 새호리기 수컷은 구애할 때 자신이 가장 강하고 사냥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중에서 다른 종류의 새를 사냥하고 그 사냥한 먹잇감으로 암컷을 유인하면서 줄듯 말듯 다투는 장면을 연출한다. 그러다 암컷에게 강한 자신감을 인정받게 되면 짝짓기를 한다.
봄이 아직 깊어지지 않을 무렵의 새벽은 푸르스름한 하늘빛과 코끝이 차가운 바람결이 골골에 남아서인지 제법 두툼한 겉옷을 걸치고 뒷동산에 올랐다. 지대가 높지 않아서 꼬마산이라고 할 정도라 여느 등산하고는 다른 발걸음을 내딛는다.내가 살고 있는 성미산자락의 마을은 창문을 열면 산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숲향이 집안 곳곳에 바람 타고 들어와서 여기가 도시인지 깊
2009년 마포구 성산동이라는 곳을 처음 오게 되었다. 당시 강원도 오대산에서 산나물 농사를 지으며 주말부부를 했던 터라 아내의 새로운 직장이 궁금하기도 했다. 아내의 말로는 산도 있고 사찰도 있어서 주변 환경이 좋다고 자랑을 하였다. 종종 아내를 만나러 성산동에 오면 성미산을 걷곤 했다. 나는 자연스레 도심의 작은 산에 익숙해져 갔다. 이곳 성미산자락에 정착하게 된 때는 2012년 봄날이었다. 서예작품 활동을 하면서 한문학 연구를 하던 나에게 아내가 예절교육 강의를 부탁해고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수개월 동안 진행하였다. 한문기초강좌와 자연생태인문학을 강의하였는데 치산치수(治山治水)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고 싶었던 나는 높이 66m의 작은 뒷동산인 성미산을 통해 건강한 산이 되어 가는 과정이 사람이 참된 성품을 갖추어 가는 과정과 같다고 강의를 시작하였다. 강의를 하면서 그와 관련한 과정과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